E02 - 24
HALOMINIUM FRIENDS # 24
Updated:
이제령 Jeiryung Lee

Artist

Jeiryung Lee wears
V neck pique raglan tee / White
Hem pockets jeans / Brown / 1 size
12th cap / Gray






















Q1. 할로미늄의 새로운 슬로건 'I WANT TO BE EVERYTHING BUT NOT ANYTHING.'을 작업해 주셨습니다. 작업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메시지의 중요 요소라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설명해 주세요.
A1. 무엇보다도 ‘관찰’하는 과정이 기억에 남아요. 아무것도 모른다는 마음으로, 처음 만나듯 조심스럽게 바라보아야만 비로소 어떤 존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. 작업하는 내내, 마치 할로미늄 조사를 의뢰받은 탐정이 된 것 같았습니다.

관찰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‘모든 것’이 되고자 하는 의지였어요. 정해진 방식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옷처럼, 할로미늄은 고정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움직이며 스스로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무한함을 추구하고 있었어요. 이번 슬로건에는 그 추상적이지만 분명한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.


Q2. 작가님은 주로 메시지, 문장, 텍스트로 이루어진 작업을 선보이고 있죠. 최근 할로미늄 쇼룸 건너편에 위치한 건물 윈도우에도 작가님의 작업을 볼 수 있습니다. 그리고 할로미늄 쇼룸 피팅룸 안에서 작가님의 작품이 설치되어 감상할 수 있습니다. 제가 느끼기에는 글 안에서 작가님만의 리듬이 느껴지는 데요, 작가님이 다루는 글에는 공통된 규칙이 있나요? 공통된 규칙을 소개하거나, 없다면 '작업에서 이것만은 포기하지 못한다.' 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.
A2. 정해둔 규칙은 없지만, 글은 가능한 한 단순하고 분명하게 쓰려고 해요. 그것을 사물이나 설치 작업으로 옮길 때는 오히려 직관에 더 의존하곤 합니다. 다만, 언제나 해석의 여지를 남기려고 해요. 내가 쓴 글이라도 세상에 나오는 순간, 그것은 읽는 사람의 것입니다.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겹쳐 읽을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두고 싶어요.

작업에서 포기하지 못하는 건 ‘있는 그대로 내어놓기’입니다. 저는 새벽에 일어나 몸과 마음이 가장 무방비한 상태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흘러나오는 대로 적어요. 그때는 거짓말을 할 수 없거든요. 그렇게 써 내려간 문장들 속에는 나 자신에 대한 어떤 진실이 담겨 있어요. 그 진실이 때로는 낯설고 불완전하더라도, 나라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해요. 그래서 계속 글을 씁니다.


Q3. 할로미늄을 입고 싶은 순간은?
A3. 저는 특히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날 할로미늄을 즐겨 입어요. 개인적으로 루즈한 핏을 좋아하는데, 할로미늄을 입으면 몸이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어요. 그리고 조금 색다른 인상을 주고 싶은 날 자주 찾는 편입니다.


Photo. Yi-Chen Liao